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하는 파산의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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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한법무사 작성일17-08-28 12:34 조회4,08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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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비를 초과하는 소득이 있음에도 30억 대 빚더미를 이유로 파산 신청을 한 40대 의사에 대해 법원이 파산 또는 회생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광주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선재성 수석부장판사)는 의사 이모씨(40)가 낸 파산 선고 및 면책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한 원심을 깨고 "이유 있다"며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이씨는 신용보증기금 등에 대한 채무가 원금과 이자를 합쳐 무려 31억 원에 이르자 2007년 고심 끝에 일반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채권액이 워낙 많다 보니 5억 원이 상한인 개인회생 절차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씨는 월급 423만 원에 4인 가족 생활비를 빼고나면 200만 원을 가용할 수 있다고 판단, "적립금 외에 10년간 월 200만 원씩, 원금의 12%인 3억 원을 갚겠다"는 회생계획안도 제출했다.
채권단은 하지만 "변제율이 낮다"는 이유로 이를 부결시켰고, 회생절차도 곧바로 폐지됐다. 막다른 골목에 처한 이씨는 결국 스스로를 지급불능 상태라고 진단, 2008년 10월 광주지법에 파산과 면책을 동시에 신청했다.
그러나 1심은 지난해 11월 "채무가 30억이 넘더라도 가용소득을 통해 계속적인 변제가 가능한 이상, 이씨에게 파산 원인 사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했다. 생계비보다 많은 소득이 있음에도, 파산을 신청한 것은 파산 절차를 남용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회생도, 파산도 거부당한 이씨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항고장을 제출했고 항고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성실하게 회생절차를 밟았음에도 채권자의 높은 변제율의 요구로 회생절차가 폐지된 신청인이 파산 절차조차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의 회생을 도모하고자 하는 파산법의 목적에 어긋난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부채초과 개인채무자의 변제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단지 젊고 건강하다거나 장래소득으로 일부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추상적·주관적인 사정에 근거해 함부로 그 채무자가 지급불능 상태에 있지 않다고 단정해선 안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인용됐다.
또 생계비마저 빚변제에 사용하라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고, 이씨가 별다른 재산이 없어 신용과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밖에 없는 점, 의사직을 포기하더라도 딱히 비난할 수 없는 상황인 점도 두루 감안됐다.
광주지법 양영희 공보판사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파산보다는 회생을 통해 일정 채권이라도 회수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므로 이번 결정으로 채권자들이 회생계획안을 부결시키는 데 더욱 신중한 고려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개인 파산 사건에서 판결 지연 등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파산선고와 면책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